"후지, 오늘 와줘서 진짜 고마웠다. 물론 테즈카 너도."
"뭘...당연히 왔어야지. 앞으로 잘 살고."
"음. 결혼 축하한다."
"응 고마워. 잘 살게. ...어-금방갈게-"
피로연의 새 신랑은 역시 여기저기 불려가 인사하기에 바빠서 또 다른 테이블의 부름에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살짝 지어보이고는 자리를 떴다. 후지는 그런 친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마주앉은 테즈카를 향해 말했다.
"그럼 우리는 슬슬 일어날까? 계속 있으면 분명 다른 애들이 뒷풀이 가자고 붙잡을거야."
"...그렇군. 인사도 했으니 그냥 나가도 되겠지."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입은 두 사람은 여전히 인사하기에 바쁜 그들의 친구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용케 두 사람이 나가는걸 본 새 신랑이 손을 흔들어 후지는 따라서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후지와 테즈카의 성격을 잘 아는 친구인터라 어째서 일찍 나가는지 짐작이라도 한 듯, 보통 뒷풀이를 주도하는 친구를 가리키며 '안볼때 나가-' 라는 입모양이 나름대로 귀여워서 테즈카마저 입가에 작게 미소가 지어졌다.
밖은 아직 가을이 한창이라 조금 공기가 차가워진 듯도 했지만 여전히 쾌청했다. 적당히 부는 바람이 딱 기분좋은 정도. 후지는 이런 날씨에 집에 바로 가기엔 아깝다는 듯 테즈카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러고보니 이 근처에 잠깐 들릴데, 있지않아?"
딸랑-
"네, 어서오세요. 어라, 후지선배-"
"반가워. 젊은 사장님."
"오늘은 테즈카 부장도 함께네요."
"난 더이상 네 부장이 아니다만."
"...회사에서도 부장이잖아요?"
중학교, 아니 대학교를 졸업한지도 벌써 5년이 지나가는데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호칭에 후지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 뭔가 더 반론하려는 테즈카의 손목을 다시 잡아끈 후지는 제일 안쪽 테이블로 향했다.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음- 뭐가 좋을까나- 얼그레이로 할까. 테즈카 넌?"
"브랜드 커피."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빠른 속도로 메뉴판이 치워지고 후지와 테즈카는 잠시 아무말 없이 앉아있었다. 그러나 곧 잠시 가게를 둘러보던 테즈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후지 넌 여기 자주 오는 편인가?"
"아니 그런건 아니고...그냥 이쪽으로 일 있을 때 정도?"
"흠. 그런가."
"어, 테즈카 혹시..."
"주문하신 얼그레이와 브랜드 커피 나왔습니다."
정중한 손놀림으로 후지와 테즈카의 앞에 각각 주문한 것들이 놓여졌다. 코끝에 느껴지는 차의 향에 왠지 마음이 놓였다. 두 사람이 잔을 들어도 여전히 떠나지 않는 이 카페의 사장을 향해 테즈카가 묻고 싶었을 말을 후지가 대신 물었다.
"그나저나 에치젠이 카페 사장이라니-"
"...그러는 두 사람도 테니스랑 전혀 관계없는 일이잖아요. 특히 부장. 그냥 평범한 회사 직원이라니."
"그래도 직위는 부장이라고?"
"어쨌거나. 평생 테니스 선수같은건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코치는 싫고. 그래서에요. 평소 커피나 차같은거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우리 외에 손님이 전혀 없다만 장사는 되는건가?"
"뭐 가게세 낼 정도는. 단골은 계속 와주니까요."
"있지 그게, 차 종류가 맛있는것도 있는데, 여기만의 특별 서비스가 있다니까? 그게 단골을 만드는 요인이라고."
하면서 후지는 테즈카의 커피잔이 놓여져있던 접시를 가리켰다. 계속 대화를 하느라 미처 몰랐는데 작은 메모지 한 장이 곱게 접혀져있는 것이 보였다.
"........이건?"
"펴봐. 그게 에치젠으로부터의 특별 선물이니까."
그렇지? 하며 에치젠을 향해 작게 윙크까지하며 대답하는 후지를 보며 테즈카가 종이를 집어들자 에치젠이 크게 당황하며 자신은 가게 정리를 하겠다며 사라졌다.
영문을 모르는 테즈카가 종이를 펼치자 작은 종이만큼 작은 글씨로 또박또박 적힌 글이 보였다. [행복해보이네요.]
"뭐라고 써있어?"
"음."
왠지 대답하기 부끄러워진 테즈카는 아무말없이 종이를 후지쪽으로 내밀었다. 잠시 메모를 향해 시선을 보낸 후지는 후후-하고 웃더니 자신의 것을 펴보았다. 아까보다 더 웃는 얼굴이 된 후지는 테즈카가 그랬던 것처럼 말없이 테즈카 쪽으로 글자가 적힌 부분을 보였다. [그렇게좋아요?]
"우리 건방지던 후배가 이런면이 다 있다니까?"
"있어서 미안하네요."
메모를 다 읽었을만한 타이밍이 되자 어디론가 도망쳐있던 에치젠이 다시 나타났다. 손에는 작은 조각 케익이 두 조각. 서비스라는 말에 일반 기업체의 부장인 테즈카는 다시 한 번 에치젠의 경영을 마음속으로 크게 걱정하기 시작했지만 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먹을게-라며 웃어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두 사람이 함께 여기까지 웬일이에요?"
"아, 오늘 대학 동창 결혼식이 여기서 있었거든."
"흐응- 그럼 서비스 괜히줬나. 맛있는거 잔뜩 먹었을텐데."
"어? 그런게 어딨어-"
"아, 그나저나..."
딸랑-
"네, 어서오세요- 잠시 다녀올게요."
손님을 맞으러 나가는 에치젠을 따라 두 사람도 따라서 입구쪽을 바라보자 이번엔 여자 손님이었다. 바람에 날린 머리를 매만지며 에치젠을 향해 [아, 에치젠 사장님, 안녕.] 하며 웃는 것이 꽤나 단골인 듯 했다. 그러고보니 웬만해선 사람에게 친근하게 대하지 않는 -뭐 카페를 운영하면서부턴 좀 달라진 것 같긴 하지만- 에치젠도 지금까지 후지와 테즈카가 본 것중엔 제일 친근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오늘은 바에 앉지 않을래요?"
"응? 뭐...그다지 상관없지만..."
늘 앉던 자리인 듯 들어오자마자 자연스럽게 창가쪽으로 걸어가던 그녀는 바에 앉길 권하는 에치젠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메뉴판을 보여줄 것도 없이 살짝 끄덕이는 고개에 에치젠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에스프레소를 뽑고 커다란 머그잔에는 우유를 가득 따랐다. 그 뒤를 이어 들려오는 스팀소리에 후지와 테즈카도 대화를 멈추고 에치젠을 지켜보았다. 잠시 뒤 생크림이 예쁘게 올라간 카페 모카가 완성되고 새로운 손님 앞에 놓여졌다.
"꽤 능숙하군."
"그치? 그래도 처음 오픈했을 땐 꽤 볼만했다니까. 쿡쿡"
"에? 오늘은 메모 없어요?"
그 때 들려온 목소리에 다시 후지와 테즈카는 바 쪽을 바라보았다. 메모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그것부터 확인하는지 하나도 건드리지도 않은 생크림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아, 깜박했다. 이따 가실 때 드릴게요."
"에에, 사장님 벌써 기억력 감퇴?"
"푸훗."
"웃지마시죠 후지선배."
"아, 학교 선배님들 오셔서 들뜨셨구나."
"그런거 아니에요. 후지선배 그만 웃어요!"
이런 모습의 에치젠은 처음보는 후지는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뭐랄까... 그와는 중,고등학교를 모두 같이 다녔고 후에 에치젠이 테니스 선수 생활을 할 때도 가끔 보았지만 늘 에치젠은 중학교 때 보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서 가끔은 건방져보이던. 하지만 지금은... 후지는 처음으로 '귀여운 후배'의 모습을 확인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모습일 뿐인데도. 후지는 한 번 터진 웃음은 잘 멈추지 않는 편이라 결국 테즈카가 주의를 줄 때까지 계속되었다.
"아, 선배. 아까 하려다 못했는데, 오늘 저녁이라도 같이 할래요?"
"음..그럴까? 테즈카 넌 어때?"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한거 아닌가."
"...테즈카, 난 가끔 너의 생각을 모를때가 있어..."
"어쨌거나 그럼 가게 조금 일찍 닫죠 뭐."
다시 한 번 테즈카는 마음속으로 크게 걱정이 되었다. 사업엔 재능없는 아들을 외지로 내보낸 느낌과 비슷한 그런 마음을 용케 잡아낸 후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선수 때 번돈으로 평생 놀아도 괜찮아-
"...응, 요즘은 그런 느낌. 어머, 벌써 이런 시간이네. 그럼 난 이만 가볼게요."
하며 바에 앉아 에치젠과 대화를 하던, 아마도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 될 여자 손님이 계산을 하려는 듯 가방을 뒤적였다. 가게 닫을 준비를 하느라 대화를 하며 찻잔을 닦던 에치젠은 손에 든 것을 내려놓고 대신 작은 케익 상자를 하나 바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벌써 여기 손님으로 와준게 3년이나 됐더라고요. 좀 지나긴 했지만 이건 단골에게 드리는 특별 서비스."
"...이런거 받아도 되는거에요?"
"그럼요. 대신 앞으로도 계속 와주기에요."
"물론이죠. 그럼 잘 먹을게요. 에치젠군, 바이바이-"
처음 왔을 때처럼 밝게 인사를 하며 나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후지는 생각했다. 우리 후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이 모여드는 체질인 건 변함없구나, 하고. 후지가 테이블 정리를 돕는 동안 옷을 갈아입고 온 에치젠을 보며 의외로 이번엔 테즈카가 먼저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방금 나간 여성 분에겐 뭐라고 써주었지? 그..꽤나 특별한 손님같던데."
"아, 네. 그건요..."
이렇게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에 접어든 그녀는 문득 상자 윗쪽의 투명한 부분으로 으례 올려져있는 작은 쵸코렛 대신 작은 메모지가 올라가 있는 것을 보았다. 갑자기 참을 수 없게 궁금해져 케익이 쏟아지지 않게 조심조심 꺼내 위에 올려진 종이를 살짝 집어 다시 상자를 닫았다. 크림이 조금 묻어 있었지만 그런 것은 개의치않고 접혀있던 메모지를 펼친 그녀의 입이 금새 밝은 미소를 그려냈다.
[늦게 알아서 미안해요. 생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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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라언니의 원문과 메세지는
이 쪽에서!
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 진짜 쵸반칙이에요, 케라님ㅠㅠㅠㅠㅠㅠㅠㅠ 특히 저 마지막 메모 어쩔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엉;ㅁ; 이거 뭔가 신종 이지메 혹은 수치플레이?!ㅠㅠㅠㅠㅠㅠ (진실이 뭐건간에 그래도 닥치고 그냥 무작정 좋다;ㅁ;<-)
쵸타가 아니어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저~~언혀 그럴 필요없어! 나 왕자도 무진장 좋아하다보니 이미 흐물흐물 녹았는걸~ 으하하ㅠㅠㅠㅠㅠㅠ 되려 우리 쵸타였음 위험했을거야ㅠㅠ 농담아니고 그자리에서 "펑-" 하고 정신잃을지도?ㅠㅠ 나 정말 이런 에치젠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라면 매일매일 출근도장 찍을거심 아잇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마냥 쵸하이텐션모드라 뭔가 마음만 앞서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거라 정말이지 깜짝 놀랐어. 정말정말정말;ㅁ; 그치만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난 참 행복하구나ㅠㅠ 하고~ 진심으로 기쁘다. 언니를 알게 되고 또 친해질 수 있었던 건 나에게 과분할 정도의 행운이라고 새삼스레 또 느끼고 있으니 언니의 감동작전은 대성공이야~! 흑흑;ㅁ; 다시 한 번 정말이지 고마워요~ 소중히 간직할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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